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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비평

블랙 워그레이몬을 위하여

by 박이제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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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워그레이몬을 위하여 - 1월 9, 2020

 

블랙 워그레이몬은 스스로를 이 세계에 존재해선 안 될 이질적 존재, 쓰레기라 말한다. 애초에 근본부터 어둠의 탑을 아라크네몬이 융합함으로써 태어났고, 그 아라크네몬은 유전자공학을 전공한 악인에 의해 태어났으니, 자신의 근본에 대한 회의를 품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오직 강함에만 두고 있다.

굉장히 폭력적인 말이지만, 사람으로 말하자면, 부모의 사랑 없이 배양되어 태어난 뒤, 삶에서 자괴감을 느끼는 사춘기 소년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여기서 성별은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가치였던 강함에서 밀린 뒤에도 그 결과에 승복하고, 타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모색하려 한다.

추추몬과 아구몬, 브이몬은 차라리 날 없애주지 그랬냐는 블랙 워그레이몬에게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있어서는 안 될 자신의 존재를 지워달라니,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 말은 죽고 싶다는 거야? 죽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 편하겠다 이거야? 그렇다면 절대 그렇게 해주지 않겠어. 그럼 더 고민해. 더 괴로워하라고! 왜냐하면 산다는 건 원래 그런 거니까. 무슨 일이든 다 잘 된다는 법은 없어. 아무리 좆같아도 눈 꼭 감고 계속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야.

나도 힘든 일이 많았어. 하지만 그만큼 즐거운 일도 많았다고. 네가 물었지. 너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 많은 일들을 겪어왔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들이, 내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해줘!

이건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골치 아프게 고민하는 것보단 놀고 먹는 게 좋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둥빈둥 사는 건 아냐. 항상 노는 것도,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전력을 다해서 해. 그래서 사는 게 즐거워. 매일매일이 충실하다고!

네가 사는 목적을 알고 싶다면, 일단 열심히 살아보는 수밖에 없어. 설령 실패와 절망에 빠지더라도.

 

...


정말 추한 삶이군! 하지만 나도 그렇게 살아볼까? 고마워. 내게 좋은 이야길 해줘서. 너희에게 진 건 억울하지 않아.



아마, 디지몬 열심히 보는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는 날이 왔을 때에, 그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해서 작가가 넣은 것 같다. 아니면, 허무주의와 실존주의, 약간의 경험주의에 대한 공부를 작가가 한참 하고 있었든가.

지극히 데카르트적인 사고방식이다.
이 뒤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며 의미를 찾고자 하는 허무주의를 보여준다.
그는 능력주의자이기도 하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18분~20분
https://m.blog.naver.com/imj03275/22079487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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